WindDiary

아름다운 비상(飛上), 그 출발점에서.

솔숲바람 Ver3.1 2023. 3. 12.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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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목을 떠나는 파랑새
 
대한민국 광주광역시
60년이 넘었습니다. 저의 거주지와 활동지, 각각 하나의 번지수에서 30년을 넘게 서식하고 있습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저 위 달나라에서 본다면, 저의 삶은 식물이나 다름 없이 하나의 점으로 표시될 것입니다. 달리 생각하면, 참, 대단하다!라고 요즘 부쩍 생각들곤 합니다. 식물체도 아니면서 식물처럼.
60년 넘는 제 삶을 한 장 그림으로 표현한다면, 이제 한창 푸른 이파리로 태양빛을 담아내고 살랑살랑 바람결에 손짓하는 잔가지,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고 굳건하게 대지에 뿌리박은 줄기. 그런 거목(巨木)으로 그려낸다면, 너무 자아 과몰입(過沒入)일까요?
 
D-295, 제 3막
1년이 채 남지 않았습니다. 국어교사로, 교감, 교장으로 근무한 지, 30여 년, 몇해 전, 제 삶이 3막으로 설정되어 있단 걸 그 때서야 깨달았습니다. 아니, 우리 일반적인 사람들의 삶이 3막으로 늘여나 있다는 걸 깨달았단 표현이 정확할 것입니다. 주요 활동기였던 2막의 시간만큼 제 3막의 시간이 펼쳐 있었습니다. 제 3막, 소일(消日)하는 삶에서 구체적 활동이 담겨있는 일상의 여러 가지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내곤 하였습니다.
 
그 중 하나, 파랑새가 되어
반경 20 Km 안 대지 위에서 뿌리내리고 살아 온 이제까지의 삶에서 자유를 부여하고 싶었습니다. 5대양 6대주를 넘나들며 자유로워지고 싶었습니다. 자유로운 삶이 일상이 되는 삶, 그 꿈을 이루는 가장 현실적인 일상, 한국어 교사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이 땅에서 가장 자신있는 국어 교사와도 아주 가까운, 한국어 교사라는 날개를 달고, 제 앞에 펼쳐진 제 3막 인생의 창공을 푸르게 날고 싶습니다.
 
 
자유를 위한 비상 한국 언어를 떠나 한국 언어 속으로
 
평생 국어 교사였던 제가 한국어학과 3학년에 편입하게 된 건, 한국어 교사가 되기 위함입니다. 한국어학과의 전공 과목들 중 많은 것들이, 젊은 시절 대학(원)에서 배운 것이며, 평생 가르쳐 왔던 내용들입니다. 그럼에도, 외국어와 비교하여 한국어의 특징을 잡아내는 한국어학과 강의들은, 참 신선하고 흥미로왔습니다. 중간고사를 겪으면서, 우리 학우님들의 놀라운 열정과 학문적 수준에 겸손함을 다시 배우는 계기도 되었습니다만.
한국 언어권을 떠나 외국에서 한국어 교사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주어진대로, 그렇지 않더라도 이 땅에서 외국인이나 다문화 가정 등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싶습니다. 꼭 지리적으로 한국 땅을 떠나지 않더래도, 랜상으로나마 한국어 학습을 매개로 다양한 만남을 이루고 싶습니다.
좀 더 자유롭고 여유로운 시간적 환경 속에서 한국인의 철학과 문화, 역사가 담겨 있는 한국어를 통하여 세계인들과 소통하고 인류 보편적인 삶의 정서들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삶의 제 3막을 좀 더 자유롭게, 자연을 닮아 바람처럼 살고 싶습니다.
 
꿈 속의 꿈 꽃씨 속의 소망처럼
 
현재의 한국어학과 공부가 저에게는 큰 기쁨의 시작입니다. 수 많은 큰 꿈들 속에 들어있는 작은 하나의 꿈입니다. 큰 꿈의 실현을 위한 작은 실천의 시작일 뿐입니다. 그 시작이 어찌 기쁨이 아닐 수 있겠습니까. 꽃씨 속 잉태되는 꽃눈이 아름다운 꽃송이를 피워내듯, 한국어학과 공부라는 꽃씨는 제 3막의 삶이 꽃으로 활짝 피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소망합니다.
 
그 소망을 꿈꾸며 사는 지금 나는, 무척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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