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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그 날을 추억하며....

솔숲바람 Ver3.1 2023. 3. 12.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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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은 大地였습니다!

제가 나무라면.
저라는 생명체가 숨 쉬고 삶을 영위해나갈 수 있는
저를 품어주는 대지였습니다.

그분은 太陽이었습니다!


제가 나무라면
저라는 생명체가 광합성을 하고 이파리를 매달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해주는 태양이었습니다.

그와 이승에서 함께 숨쉴 수 있었던 마지막 날

1121(1025)

전날부터, 마지막 숨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산소발생기의 도움을 받은 들숨은 흔적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몇 초의 시간이 지나서야 목젖의 미동과 입술이 떨림을 거쳐서
푸르르
날숨을 토해내고 계셨습니다.


온몸에 부착된 센서와 연결된 모니터에는
피 말리는 직선이 연속되다가도,

생명체의 호흡이 파동으로 되살아나고 있었습니다.

 

바로 조금 전 저는,

(그의 현 가족-며느리, 손자, 손녀딸-은 집을 다녀가 잠시 부재중이었습니다.)

혼신을 다해 호흡하던 그, 이마를 짚고 호흡을 따라 하다가
마지막이라는 느낌과 함께, 순간순간 그의 예전 모습이

휘리릭 머릿속을 빠른 영상으로 지나갔습니다.
혼자 쓰는 보호자 대기실에서
깊은 가슴 속 우물에서 끌어 올린 설움을
꺼이꺼이 토해내며 숨죽여 흐느껴버린 이후

텅 빈 가슴이 이미 먹먹해진 상태였습니다.

 

그의 짧은 숨 정지가 이어지고
이마를 짚던 촉감이 조금 달라질 때,
간호사에게 체크를 부탁하였습니다.

급히, 가족 단톡방에 움직임이 멎었어! 라고

순간을 날렸습니다.
그래프는 여전히 이승의 생명을 그려내고 있었고
간호사는 무심하게

모니터의 파동을 페이퍼에 출력하고 있었습니다.

호출받고 도착한 의사 선생님과 5분쯤 모니터를 지켜보고....

그와 평생을 함께 살았던 그의 3부 가족이 막 도착하고...

 

그는, 운명하셨습니다.

먼 이국땅에서 임종도 함께 하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큰 슬픔으로 울고 계실 누이를 위해
짧게, 임종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이여! 사랑합니다.

그이여! 그립습니다.

 

벌써, , 그립습니다.
이승의 공기를 함께 나누던 그 호흡이,
이제 영원 속의 과거가 되고 있었습니다.

통곡도 못하고 슬픔을 짓누르고
이제는 딴 세상의 것이 되어버린

함께 했던 그 공기, 그 호흡을 그리워하고만 있었습니다.

 

그이와 함께 했던,
그이의 3부 가족, 저 아들, 며느리, 손자, 손녀딸 모두가
그이의 먼 여행으로의 떠남을 슬퍼하며,

슬퍼했습니다.

 

한줌 재가 된 그이를

佛甲寺에 안치하고
조문객과 그이의 1, 2부 가족들은 다시 흩어지고.......

3부 가족들끼리,

그이와 함께 살았던 그 집에서
이승을 떠나고
그이가 부재한 그 집에서 첫잠을 이루다가
새벽녘, 이불 속에서 그이의 부재에 숨죽여 울음을 토해내다가

 

가슴으로만 남겼던 그 순간을,

저는 왜, 이처럼 문자로 남기고 있는 걸까요?

 

○○님의 삶을 3부로 나눈다면,

그이의 처녓적 삶이 1,

아버님과 함께했던 삶이 2,

저의 식솔들과 함께했던 삶이 3부쯤 되지 않을까요?

 

그렇담, 저는 그이의 2, 3부를 함께 한,
그이의 삶에서 가장 오랜 시간

그이를 지켜 낸, 유일한 사람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어머니, 아버님의 마지막 숨을 함께 나눈 유일한 사람이었습니다.

 

그이는 저의 육십 년 삶을 함께 공유했던,

저의 삶, 전체를 관통한
지구상에서 유일한 사람이었습니다.

 

, ,

 

당신은, 그냥 제 삶이었습니다.

당신은 그냥 제 생명체였습니다.

 

거기에 당신은 저에게 어떠한 존재였는지,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어떤 관계였는지는

 

그 어떤 분석도 불가능하고, 무의미합니다.

 

이 지구상에, 한평생을 당신과 함께했던
이승의 추억을 함께 나눈 가족이 또 있습니다.
손자○○, 손녀○○!

며느리○○!

 

어제, 제가 알지 못했던

그이의 1부 삶을 전해주었던 외가 쪽의 어르신들!

2부 삶을 나누었던 어린 시절의 형제자매들!

 

모두 고맙습니다.

 

그이의 마지막 발걸음을 축원해주시기 위해,
노구를 이끌고 힘든 시간을 함께해주신 깊고 깊은 은혜와 위로,

 

밤낮이 뒤바뀌는 이역만리 먼 곳에서까지 찾아준 형제자매님들의
깊은 위로.

정말 고맙습니다.

 

우린, 모두가 그분과 함께했던 추억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각자가, 각자의 색깔로 그분을 추억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적어도

, 손자○○, 손녀○○에게는 삶의 전부가

그이와 관련된 추억입니다.

 

그리고 그 추억 모두가 가슴 아려올 아픔일지언정

모두가 사랑이고

모두가 아름다움입니다.

 

그렇게 저희들 가슴속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저희들, 모두는 한순간도 그일,

무시하거나, 비난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냥, 저희들 삶의 전부였을 따름입니다.

 

그 소중한 추억에, 여러 친지 가족들의 다른 빛깔 추억이
저에게는 또 다른 추억의 보탬이고, 즐거움이었지만,

손녀○○에게는 상처였을 수도 있었다는 것이

조금은 미안해집니다.

 

우리 그인, 이 세상 그 누가 뭐래도

저에게는 대지이고 태양입니다.

저희 가족이 뿌리내리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해준

그냥, 그 가족의 한 부분일 뿐이었다는 것을
다시 깨닫습니다.

 

사랑했습니다. 그이.

많이 그립습니다. 그대.

오래도록 추억할 것 같습니다. 어머님.

 

부디 극락왕생하소서!

 

열심히 기도하고 축원하겠습니다.

 

좋은 자리에 모시게 되어,

그이와 이별하고 오는 자리가 무척

가벼워졌습니다.

 

저의 형제자매님들,

그이의 형제자매님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소중한 시간 내주시어,

함께 추억을 나누고 함께 그이의 마지막 길을

(종교적 차이도 상관없이) 축원해주신 점! 고맙습니다.

 

저의 그이 ○○ 여사가

사무치도록 그리울 때면,

 

꽃과 이파리가 동시에 피어나지 못해

서로를 사무치게 사랑했다던, 상사화가 보고 싶으실 땐,

(교통이 많이 막혀 고생은 좀 하시겠지만)

 

○○님의 영롱한 영옥을

알현하고

위안을 받고 신묘한 기운을 받아

이승에서의 기쁨과 위안을 되찾길 바랍니다.

 

그분은, 복이 많고 영험하셔서

이승에까지 당신의 복을 능히 나누실 수 있는 분이십니다.

 

어제 마신 불갑사의 보이차를 다시금 음미하며

그분을 추억하시길 바랍니다.


연락 주시면, 제 일상의 제1순위로 자리매김하며

달려가, 함께 추억을 나누겠습니다.

 

그이를 말씀하시고, 저를 얘기하면,
종무소에서 스님과 종교적 이야기도, 삶의 이야기도

나눌 수 있으실 것입니다.

 

가족 모두가 평온하고 강녕하시길 기원 드립니다.

 

 

그이와 이별한 첫 새벽을 수많은 감회로

맞이한 날.

 

20○○1124일 새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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